[열린광장] 과유불급
아침 쾌변은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다’는 건강의 기본이다. 많은 시니어 특히 여자들은 변비 증세가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배설하지 못하면 변비라고 하는가. 어떤 사람은 하루에 몇 번 배설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이 삼일에 한 번 배설한다. 나는 대장이 짧은지 매일 아침 배변하지 못하면 그날은 몸이 찌뿌드드하고 입맛도 없다. 변비도 내력, 즉 유전인가 보다. 내가 어릴 때 시골에서 할아버지가 변소에서 “큰 아이야, 나 죽겠다, 좀 살려다오” 소리를 지르시곤 했다. 아버지는 작은 대나무 꼬챙이를 가지고 변소로 달려가서 할아버지의 변을 파냈다. 꼬챙이에 피가 묻었다. 식이섬유질이 풍부한 식사, 규칙적 운동,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변비 예방법이라고 한다. 나는 채식, 운동, 물을 많이 마셔도 변비가 있어 ‘완하제(laxative)’를 복용한다. 그동안 네 가지 종류를 사용해보았다. 가장 무난한 섬유질인 메타뮤실, 복용이 힘든 마그네슘 미라 럭스, 자극성 세나(senna), 그리고 알약 소프트 젤이다. 요즘 사용하는 완하제는 내가 조제한 비방(秘方)이다. 한 테이블스푼의 메타뮤실, 한 테이블스푼의 치아 씨앗과 반 테이블스푼의 비트 가루를 섞어 마신다. 비트는 하늘이 내려주신 보혈 강장제다. 비트를 넣으면 마시기도 쉬워진다. 사람은 모두 다르게 때문에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서 완하제를 선택해야 한다. 몇 년 전 멋도 모르고 세나 완하제를 먹고 혼난 적이 있다. 시애틀 사는 딸 식구와 글레시어 국립공원에 갔었다. 여행하면 변비 증세가 심해 완하제를 준비했다. 공원을 구경한 다음 떠나기 전 날 저녁, 메타뮤실에 마른 자두 세 개와 세나 한 알을 먹었다. 메타뮤실과 자두는 훌륭한 완하제다. 하지만 세나는 내장을 자극한다. 어쩌다가 세나를 먹었는지 과유불급이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먹은 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모텔을 떠나기 전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을 참고 떠났다. 한 시간 지난 다음 참을 수 없어, 길가의 어느 식당 주차장에 차를 멈췄다. 차에서 내려서 식당을 향해 시멘트 복도를 걸어가는데 왈칵 흘러내렸다. 바지를 움켜쥐고 식당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내복을 벗어 쓰레기통에 넣고, 세면대에 바지를 대강 빨아서 입었다. 화장실 안에 냄새가 진동했다. 도망치듯 화장실을 나와서 차에 타고 줄행랑쳤다. 떠나면서 뒤돌아보니 그 식당 주인이 호스로 시멘트 복도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말 한마디 못 하고 떠났다. 왜 그 식당으로 들어가서 냄새를 풍겼을까. 두고두고 후회한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과유불급 식당 화장실 심해 완하제 변비 증세